BTC(비트코인)가 7개월 만에 최저가로 밀리면서 가상자산 시장 전반의 투자심리가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 미국 정부 셧다운 종료 이후 처음 공개된 고용지표가 예상치를 크게 웃돌면서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된 것이 직접적인 하락 요인으로 지목된다.
11월 21일 코인마켓캡 기준 비트코인은 전일 대비 6.92% 하락한 8만5511.7달러(약 1억2617만원)에 거래됐다.
이번 가격 조정은 대규모 롱포지션 청산을 불러왔다. 코인글래스에 따르면 24시간 사이 약 9억5678만달러(약 1조4115억원) 규모의 포지션이 강제 청산됐다. 이 가운데 8억3942만달러(약 1조2383억원)가 롱포지션이었다. 비트코인만 놓고 보면 4억7037만달러(약 6939억3686만원) 규모가 청산되며 시장은 또 한 번 레버리지 해소 압력에 직면했다.
이날 비트코인 급락은 11월 20일(현지시간) 미국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9월 비농업 고용(NFP) 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돈 것이 결정적인 촉매가 됐다. 신규고용은 11만9000명 증가해 예상치(5만명)를 크게 웃돌았고, 평균 임금 역시 전월 대비 0.2% 늘었다. 실업률은 4.4%로 상승했지만, 시장은 고용 강세에 보다 무게를 둔 모습이다. 이는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추는 방향으로 해석된다.
연준 내부 이견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10월 FOMC 회의록에서는 금리 인하와 관련해 위원 간 의견 차이가 확인됐다. 시장은 이미 12월 FOMC에서 인하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예측 플랫폼 미리어드(Myriad)에서는 ‘12월 금리 인하 없음’ 시나리오가 62%를 차지했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의 내년 1월 기준금리 3.5% 가능성은 한 달 전 55%에서 20%로 내려갔다.
투자심리도 빠르게 악화되는 모습이다. 공포·탐욕지수는 전날보다 4포인트 떨어진 11포인트로 극단적 공포 단계에 진입했다. 비트코인 상대강도지수(RSI) 역시 37대까지 내려오며 9개월래 최저를 기록했다. 가상자산 현물 ETF에서도 자금 이탈이 나타났다. 블랙록의 IBIT에서는 18일 하루에만 5억2300만달러(약 7715억원)가 순유출되며 출시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실제 온체인 지표도 좋지 않다. 투자자 평균 매입단가를 반영한 비트코인 ‘MVRV’ 지표는 –14%로, 3년 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즉, 비트코인 보유자의 상당수가 손실을 보고 있다는 뜻이다.
인도네시아 가상자산 자산관리 플랫폼 기업 NOBI의 로렌스 사만사 대표는 “투자자들이 동시에 너무 많은 불확실성에 직면한 상황”이라며 “이럴 때 개인과 기관은 리스크를 빠르게 줄이고, 자동 매매 시스템까지 매도에 가세하며 공포가 증폭된다”고 분석했다.
기관 투자 지표에서도 경계감이 드러난다. 디지털자산재무전략(DAT) 기업 스트래티지의 순자산가치배수(mNAV)는 0.918로, 회사 주식 가치가 보유 비트코인 가치보다 낮아진 상태다. 비트코인이 스트래티지의 평균 매입단가인 7만3000달러(약 1억 769만원) 근처까지 떨어질 경우, 기관·개인의 강제청산과 포지션 축소가 대규모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현재 비트코인 가격이 ‘추가 하락이 나올 수 있는 구조적 구간’에 접어들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8만4000~7만3000달러(약 1억2392만원~1억769만원) 사이 구간은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 상품(IBIT)의 평균 단가인 8만4000달러와 스트래티지의 평균단가 7만3000달러 사이로, 비트코인의 극단적 하락 압력이 집중될 수 있는 구간으로 지목되고 있다. 비트와이즈의 안드레 드라고쉬 리서치 총괄은 이 구간을 ‘파이어 세일(fire-sale) 가격대’로 부르며 시장 포지션이 완전히 초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한편, 연준은 12월 9~10일 열리는 FOMC에서 올해 마지막 금리 결정을 내리는 가운데, 그 결과가 비트코인 시세 향방을 좌우할 전망이다. 다만, 셧다운으로 누락된 데이터와 연준 내부의 이견 등으로 인해 이번 회의는 어느 때보다 어려운 결정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