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시장이 조정 국면에 들어섰지만, 디파이(DeFi) 섹터만큼은 이례적인 강세 흐름을 이어가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거래소 기준 주요 디파이 코인들이 최근 며칠 사이 일제히 상승하며 투자자 관심을 끌어 모으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금리 피크아웃(peak-out) 기대, 스테이블코인 수요 회복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디파이(DeFi)란 중개기관 없이 블록체인 스마트컨트랙트 위에서 예치·대출·스왑 등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탈중앙화 금융 생태계를 말한다. 은행이나 거래소 개입 없이 자동화된 프로토콜이 운영되기 때문에 높은 투명성과 빠른 정산, 비교적 높은 예치수익률(APY) 등이 특징이다.
최근 디파이 선호도를 높이는 요인으로는 글로벌 매크로 환경 변화가 우선적으로 꼽히고 있다.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수익형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디파이 프로토콜이 제공하는 예치 금리(APY) 기반의 ‘온체인 수익률’이 재부각되며 예치·대출형 상품에 대한 자금 유입이 늘어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존 윌리엄스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지난 21일(현지시간)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린 행사에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조정할 여지가 있다”고 언급한 점은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를 전격적으로 강화했다. 연준 핵심 인사의 발언 이후 미국 금리 인하 전망이 다시 높아지며 위험자산 전반의 투자 심리를 자극한 측면도 있다.
온체인 스테이블코인 발행량 증가 또한 디파이 유동성을 되살리는 주요 촉매로 작용하고 있다. 난센(Nansen)·글래스노드(Glassnode) 등 글로벌 온체인 리서치에 따르면 USDT·USDC 등 주요 스테이블코인 공급량은 최근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디파이에서 핵심 유동성 역할을 하기 때문에 공급 확대는 곧 디파이 프로토콜 유입 증가로 이어진다.
국내 시장에서도 실제 가격 상승이 확연히 나타났다. 국내 거래소 기준 디파이 코인 거래대금 최상위권인 리졸브(RESOLV)는 25일 오전 기준 3거래일 연속 오르며 20% 이상 상승한 219원을 기록 중이다. RESOLV는 지난 18일 빗썸 상장 이후 신고가를 경신하며 단기 수급이 집중된 대표 상승 종목으로 지목된다.
카미노 파이낸스(KMNO) 역시 4거래일 이상 상승을 이어가며 디파이 전반의 강세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이 외에도 블루핀(BLUE), 커브(CRV) 등 글로벌 디파이 주요 토큰들도 최근 동반 상승세를 나타내며 테마 모멘텀을 강화했다.
한편 이 같은 개별 자산 움직임 외에도 디파이 시장은 그 자체로도 구조적으로 우호적 환경을 맞고 있다. 미국·유럽에서는 탈중앙화 금융에 대한 제도적 가이드라인 마련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으며, CFTC(미상품선물거래위원회)가 최근 "혁신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의 규제" 방침을 재확인한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디파이 리스크 프리미엄이 완화될 수 있다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비트코인 변동성 강화 역시 자금 흐름 분산을 촉진한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비트코인 10만달러 선이 무너지면서 투자자들이 알트코인·디파이·AI 코인 등 대체 섹터로 포트폴리오를 이동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다만 디파이 섹터 전반의 강세 속에서도 거래 유의 종목으로 지정된 자산의 변동성 확대는 우려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최근 밸런서(BAL), 엘릭서(ELX) 등이 거래 유의 종목에 지정되면서 가격 급등락이 반복되고 있어, 투자자 주의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해당 자산은 각각 치명적인 보안사고 발생, 사업 실재성 및 지속가능성 우려 등으로 빗썸 측으로부터 최근 거래유의 지정을 받은 바 있다.
또한 단기 과열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온체인 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유입된 자금 중 일부는 단기 차익을 노리는 '핫머니' 성격이 강하며, 유동성 증가가 장기 체류 자금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관찰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요약하자면, 업계에서는 이번 디파이 강세와 관련해 금리환경 개선, 스테이블코인 공급 회복, 주요 프로토콜의 실사용 증가 등이 동시에 작용했다는 긍정적 해석을 내놓고 있지만, 한편으론 디파이가 본질적으로 변동성이 큰 시장인 만큼, 현재의 자금 유입이 구조적 성장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공존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