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발표 전문>
오늘 저는 '투자자 보호 및 금융안정 재고 과제'라는 주제로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발표 목차는 크게 네 가지입니다. 먼저 BTC(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간략한 현황, 기대 효과, 우려 사항을 살펴본 뒤 마지막으로 투자자 보호와 금융안정을 강화하기 위한 과제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중복되는 내용은 생략하고 핵심적인 부분 위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첫 번째로 비트코인 가격 추이를 10년 시계열로 보면, 수요와 공급 요인에 따라 가격이 움직였습니다. 비트코인은 시간이 지날수록 수요가 꾸준히 증가했고 반감기로 공급이 줄어드는 시점마다 큰 폭의 상승을 경험했습니다. 특히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소식이 전해지면서 수요가 확대되고 공급은 줄어드는 상황이 겹쳐 가격 상승세가 강화되었습니다. 현재 ETF 총 운용자산(AUM)은 원화 기준 약 200조원을 돌파하며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이미 주요 상품들이 성장해 보편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 ETF는 여러 국가에서 상장됐습니다. 최초 사례는 펀드라기보다 경제적으로 유사한 상장지수상품(ETP) 형태로 유럽에서 먼저 나왔습니다. 북미에서는 캐나다가 첫 상장국이었고 미국에서도 지난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승인을 내리면서 11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상장됐습니다. 아시아에서는 홍콩과 호주가 상장을 완료했고 일본은 2027~2028년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제 비트코인 현물 ETF 도입의 기대 효과와 우려 사항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기대 효과로는 투자 기회 확대, 투자자 저변 확대, 김치 프리미엄 완화, 현물 가격 변동성 완화 등이 있습니다. 다만 비트코인 자체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신규 투자자의 손실 가능성이 높고 금융회사나 디지털자산 사업자가 손실을 볼 경우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키울 우려도 있습니다. 또 정부는 자본시장에서 디지털자산으로 자금이 과도하게 이동하면서 모험자본 공급이 위축될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현물 ETF가 도입된 지 1년 이상 지났는데 학계 연구에 따르면 ETF 도입 이후 현물 가격이 상승했고 변동성은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다만 비트코인 ETF는 기존 ETF보다 추적오차와 괴리율이 크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ETF로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 ETF 가격이 오르고 현물시장 참여자와 유동성이 집중되는 효과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과거 데이터를 보면, 비트코인은 상당히 매력적인 자산으로 보입니다.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약 85%로 코스피보다 40배 이상 높았습니다. 물론 위험도 큽니다. 코스피의 연간 변동성이 17% 수준인데 비트코인은 이보다 변동성이 45배 더 큽니다. 그럼에도 위험 대비 성과(샤프 비율)가 높기 때문에 투자 포트폴리오에 편입할 경우 기회가 확대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분산 투자 효과도 큽니다. 비트코인은 다른 자산군과의 상관계수가 마이너스 또는 0에 가까워 전통자산과 함께 보유할 때 분산 효과가 발생합니다. 또 ETF를 통해 일반 개인 투자자부터 금융회사, 법인, 연기금, 국가 및 지자체까지 참여자 범위를 넓힐 수 있습니다. ETF는 소액으로도 분산투자가 가능하고 거래비용이 저렴하며 현금성 자산으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미국, 캐나다, 호주에서는 연금계좌를 통한 비트코인 투자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과거 해외 시세 대비 비트코인이 10% 가까이 고평가된 김치 프리미엄이 존재했습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비트코인 ETF가 도입되면 변동성과 괴리율이 줄어들어 김치 프리미엄 완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려도 큽니다. 비트코인의 변동성은 주가 지수의 45배에 달해 큰 폭의 가격 하락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ETF의 추적오차, 괴리율이 커지면 투자 손실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금융회사가 고유계정으로 비트코인 ETF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보거나 시장조성자(LP), 가상자산사업자가 손실을 볼 경우 금융기관 건전성이 악화되고 금융불안정성이 확대될 수 있습니다.
또 쏠림 현상도 문제입니다. ETF 수요가 급증하면 실제 현물을 매수해야 해 가격이 급등할 수 있고 대규모 매도 시 급락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자본시장에서 가상자산으로 자금이 과도하게 이동해 모험자본 공급이 위축될 것을 우려합니다. 실제로 2024년 4월 이후 코스피 거래대금은 13조원에서 8조원대로 줄어든 반면 가상자산 거래대금은 오히려 증가하며 코스피를 능가한 시점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대 효과는 극대화하고 우려는 최소화하기 위한 과제가 필요합니다. 정부, 거래소, 시장 참여자가 각각 역할을 해야 합니다.
정부는 우선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비트코인을 ETF 기초자산으로 명확히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신탁업자의 가상자산 수탁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합니다. 가상자산 기본법 초안을 보완해 수탁업자와 중개업자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규정해야 합니다. 저는 특히 선물시장 도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해외에서도 선물시장이 도입된 후 현물 ETF가 나왔고 한국처럼 김치 프리미엄과 변동성이 큰 시장은 선물시장이 완충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거래소 인프라 측면에서는 벤치마크 지수를 체계적으로 구축해야 합니다. 국내 시장 유동성이 풍부하므로 우선 국내 지수를 기반으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해외 지수를 연동하면 비용이 높아져 투자자에게 불리할 수 있습니다. 추적오차와 괴리율을 최소화하기 위한 LP 제도, 공시 강화도 필요합니다. 또한 적정성 원칙을 도입해 투자자의 재산·소득·연령·투자 목적 등을 고려해 부적합할 경우 경고하는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시장 참여자들은 금융상품 판매 시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레귤레이션 베스트 인터레스트’와 같은 기준을 준수해야 합니다. ETF 보수가 과도하게 높아 투자자 이익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금융회사와 가상자산사업자는 자체 투자와 위험관리를 위한 내부 통제 체계를 강화하고 관련 규정을 엄격히 준수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투자자 교육과 소통입니다. 비트코인 ETF의 장점과 위험을 균형 있게 알리고 국회·정부·언론·시장 참여자가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건전한 ETF 시장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