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하락, 왜 깊어졌나…6가지 핵심 데이터로 본 구조적 요인
기준금리 동결론 부상으로 가격 하락 ETF 6조 순유출, 美 매도세 증가 장기보유자·고래들은 하락장에 매도, 단기보유자는 손실
BTC(비트코인)가 10월 대비 약 19%가량 추가 하락하면서 변동성이 다시 확대되고 있다. 11월 18일 코인마켓캡 기준 비트코인은 약 9만2095달러(약 1억3486만원)를 기록하며 10월 11일 ‘검은 토요일’ 저점 이후 또 한 차례 점진적 낙폭을 더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디지털자산 제도화 기대와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금리인하 모멘텀으로 연이어 신고가를 경신했던 흐름은 연말 들어 급격히 반전됐다.
이번 약세는 단순한 가격 조정보다 더 구조적인 흐름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디지털애셋>은 10월 11일~11월 18일 기간 동안 가격 하락과 연계된 ▲기준금리 확률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순유출입 ▲코인베이스프리미엄갭(CPG) ▲장·단기보유자 보유량 ▲고래 보유량 추이 ▲장·단기보유자 SOPR(Spent Output Profit Ratio) 등 6가지 시장·온체인 지표를 종합 분석했다.
① 기준금리 동결론 부상...금리 기대가 역전되며 위험자산 압박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와치에 따르면, 12월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3.75~4%)로 동결할 확률은 51.1%를 나타냈다. 페드와치는 30일 연방기금 선물 가격 데이터를 활용해 기준금리 변동 확률을 계산해 제공하는 서비스다.
기준금리 동결론이 11월 들어 나타나면서 위험자산 전반에서 가격 하락이 나타났다. 10월 17일 12월 금리인하 확률은 100%였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을 우려한 연준 인사들의 동결 지지 발언이 나오면서 동결론이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연준의 기준금리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시장 전반에 큰 영향을 주는 요소로 평가받는다. 금리에 따라 유동성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가격 변동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낮아지면 시장에 유동성이 풀리고 거기서 나온 자금이 가상자산시장에 투입되면서 가격 상승이 종종 일어났다. 대표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유동성 위기가 발생했을 때, 기준금리 인하로 수혜를 본 대표적 자산이 비트코인이었다. 앞서 비트코인은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가격이 대폭 올랐다가 금리동결 주장이 힘을 받으면서 하락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②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 약 6조원 순유출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 약 6조원 규모의 대규모 순유출이 있었던 것도 가격에 악영향을 줬다.
영국 투자관리사 파사이드인베스터스에 따르면, 10월 13일~11월 17일 비트코인 현물 ETF 11개 상품에선 약 41억5270만달러(약 6조800억원)의 순유출이 발생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 11개 상품 모두 이 기간 순유출이 벌어졌다. 블랙록의 아이셰어즈비트코인트러스트(IBIT)는 이 기간 약 16억1670만달러(약 2조3700억원) 순유출로 11개 상품 중 가장 큰 규모의 순유출을 기록했다.
피델리티의 FBTC(피델리티와이즈오리진비트코인펀드)도 약 8억300만달러(약 1조1800억원) 순유출로 2위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아크인베스트의 ARKB(아크21셰어즈비트코인ETF)가 약 4억6910만달러(약 6900억원) 순유출로 뒤를 이었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2024년 1월 출시 이후 비트코인 현물 가격을 결정하는 주요 지표가 됐다. 고객들이 운용사를 통해 비트코인 ETF를 사고 팔면 운용사가 현물을 사고 팔기 때문이다. ETF에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면 그만큼 매수가 일어나고, 자금이 유출되면 그만큼 매도가 일어나는 구조다. 그래서 대규모 순유출은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③ 코인베이스 프리미엄갭(CPG) 20일 연속 음수
미국 시장의 비트코인 매도세도 커지고 있다.
온체인데이터 분석 서비스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비트코인 CPG는 10월 30일~11월 18일 20일 연속 음수를 이어갔다. 특히, 11월 17일엔 -114.54를 나타냈는데 이는 2월 이후 최저치다.
이 지표는 북미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코인베이스와 세계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바이낸스 간 비트코인 가격 차이를 가지고 계산한다. 지표가 음수로 커지면 글로벌 대비 미국 시장의 비트코인 매도가 더 강하다고 해석한다.
CPG는 10월 10일 205.78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10월 11일 폭락 이후 계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10월 11일 검은 토요일 이후 미국 시장에서 매도가 강해지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 지표는 미국 시장 동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코인베이스는 대부분 거래가 기관투자자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미국 기관투자자들의 매매 동향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비트코인 하락과 함께 미국 기관들의 매도가 강해지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근거다.
④ 장기보유자는 하락장에서 대규모 매도
비트코인 단기보유자는 이번 하락장에 매도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그 물량은 단기보유자에게 넘어갔다.
크립토퀀트 자료를 보면, 6개월 이상 장기보유자는 10월 11일~11월 18일 비트코인 보유량을 51만7520개 줄였다. 반면, 6개월 미만 단기보유자 비트코인 보유량은 이 기간 약 53만4933개 늘었다.
장기보유자가 매도에 나서면서 그와 함께 가격 하락이 나타났고 그 물량은 단기보유자에게 넘어갔다고 해석할 수 있다.
⑤ 고래(1,000~10,000BTC)도 매도 기조 유지
고래들(대규모 보유자)도 10월 11일 이후 매도를 이어갔다. 고래들의 매도는 7월부터 줄곧 이어져 왔는데 이 추세를 이어간 것이다.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1000~1만BTC 지갑의 비트코인 보유량은 10월 11일 약 349만493개에서 11월 18일 약 343만9268개로 5만1225개가량 줄었다.
고래 보유량이 줄어드는 건 매도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한다. 이번 하락장에 고래들은 매도를 선택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 구간 고래 지갑들은 7월부터 계속 보유량을 줄이고 있다.
다만 최근 들어선 추세가 바뀌었다. 10월말까지는 보유량이 줄어들다가 그 이후 증가 추세로 전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⑥ 장기보유자는 수익 유지, 단기보유자는 손실 확대
장기보유자들은 수익을 유지하고 단기보유자는 손실을 떠안은 것으로 파악된다.
장기보유자는 155일 이상 비트코인을 보유한 투자자를 뜻하고, 단기보유자는 1시간~155일 보유한 투자자를 뜻한다.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장기보유자 SOPR은 2025년 가격 변동과 상관없이 1 이상을 유지했다. SOPR이 1 이상이면 수익을 봤을 확률이 높다고 해석한다. 1 미만이면 손실 확률이 높다고 본다. 장기보유자는 가격이 하락했지만 흔들림 없이 수익을 유지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반면, 단기보유자 SOPR은 가격 변동에 따라 크게 흔들렸다. 특히 10월 이후 찾아온 하락장에선 손실을 보는 경우가 더 많았다. 10월 11일~11월 18일 SOPR은 10일을 제외하고 모두 1 미만이었다. 이 기간 대부분 손신을 봤을 확률이 더 높았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통상 장기보유자는 저가 매수해 장기 보유하는 전략을 선택하지만, 단기보유자는 가격에 따라 즉각적인 매매로 반응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